[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윤유순 시인 |
1. 길
문득
묵은 세월의 둔탁한 목소리가 들린다
두리번거리면
끝없는 이 길
돌고 돌아가며 이어지는 길
분향 내음 지긋한 꽃수레 타고
먼 길 떠난 그대 그림자 위로
아기단풍잎 엮으며
알알이 포말 지는 햇살 다발처럼
하얗게 뿌려지는 발자국의 시간들
턱밑에 넘치도록 용솟음치는데
그대 마음 밭에도
늦서리는 내렸을까
눈발은 흩날릴까
무심한 생각들 머리에 이고 지고
마음만 가는 그대의 흙길
혼자가 아닌 길을 가듯
멀어지는 그림자 따라잡으려
오늘도 간다
2. 내 별 고향은
잔잔한 호수에 자리를 잡고
밤 돋워 새날 지키며
살 오른 황금 잉어와
조용히 술래잡기하던 내 별이
일탈을 노래하며 후미진 곳으로
곤한 잠자리에 들었다
다리 밑 난간에
출렁이는 별 하나
심연의 속살 우렁차게 우려내어
하나씩 벗어 머리맡에 쌓아둔
나의 허물이었음을.
집 나간 청춘이 돌아오려나
아침부터 부는 바람
깊게 묻힌 사금파리 몇 조각
세월의 강물은
아득한 수고로움으로
하늘 높은 푸른 품
하늘에 떠오르면
살아온 바람의 언덕엔
투명한 웃음 속 세월의 강물은
청학의 날개 곧게 세워
대숲 바람 부는 날
집 나간 그 자리
기쁜 귀향 하리라
⦁2018년 월간 『한비문학』 수필 등단
⦁2021년 『전북문단』 시 등단
⦁2022년 수필집 『누군가 그리워질 때』
⦁전북문인협회, 작가의 문장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