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박미혜 시인 |
1. 내 나이 분리수거 하다
요즘 분리수거를 하다 보니
쓰레기 배출 내용물이 별로 없다.
비닐봉지는 내 피부의 나이
플라스틱은 딱딱한 내 자존심
빈 병은 속을 게워낸 것 마냥
개운하다
깡통은 내 머리의 회색 그늘 숲속
연두바람에 흔들리며
빈 소리가 요란하다
일생의 소중했던 삶의 편린들을
대충 분리수거하고 보니
이제 남는 것은 황량한 벌판에서
밀려오는 사나운 허무함
그리고 외로움만 남을 뿐이다
2. 다시 찾은 진주 반지
믿었던 너희들
언제 잊었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
서로의 삶이 힘들고 고달프지만
잠시라도 내게 돌아와다오
손가락에 낀 행복 반지를 만져 본다
가을이 헛되지 않게 오색으로
물들이고
사랑 하는 법과 사랑받을
모든 벗에게
진주 반지 끼어 얼싸안으며
다시 만나자
삶에 지쳐 아픔이 허기지지만
서로를 일으켜 세우기를
우리의 몸이 낙엽처럼 떨어질 때까지
지리산에 오를 그날까지
한줄기 마음을 모아 가자꾸나
∙박미혜 시인은 전주에서 태어나 2018년 월간『한맥문학』신인상 수상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등단 후 전북문단, 전북펜문학, 신문학 등에 꾸준히 시를 발표하면서 다양한 시적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성을 확보해가고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회원,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전북위원회 회원, (사)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 회원, 한국신문학인협회 이사 겸 사무차장을 맡고 있다. 첫 시집으로 『꽃잎에 편지를 쓰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