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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세상] 김계식 시인 ‘민달팽이의 독백’ 외 ..
문학여행

[시가 있는 세상] 김계식 시인 ‘민달팽이의 독백’ 외 1편

신영규 기자 shin09ykkk@hanmail.net 입력 2023/02/16 22:44 수정 2023.02.16 22:58

[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김계식 시인

1. 민달팽이의 독백

한 몸 이끌며 살다가
남김없이 가면 족한 것
흔적
남길 것 무엇 있나

집 짊어지고 다니는 집달팽이
부러워한 적 없는
민달팽이

제 집 한 곳에 두고 드나듦도 아니요
그나마 제 집도 아닌
남의 빈 허울에 몸담고
으스대는 소라게가 하도 우스워

끈적이는 점액으로
껄끄러운 담벼락에 낙서하고 있다

단단한 겉껍질
그 수많은 다리들은 언제 쓸 거냐고
바다소리 귀담는 소라껍질
거기 그 자리 그냥 놓아두라고.


2. 궤적

빈 바늘 지나간 궤적은 싫습니다

시침실일지라도
지나간 흔적 남긴 행적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쏘다닌 마음의 바늘귀에 오색실을 꿰어
행적을 볼 수 있는 긴 선분이어도 좋겠지만
날줄과 씨줄로 엮인 고운 피륙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마리 비단거미 되어
방적돌기가 쓰리도록
품은 속 후련히 쏟아낸 궤적

어느 한 자락에도
부끄러움 없는 밝은 마음의 흐름
발 멈추어 이룬 맑은 호수 위
몽땅 쓸어 담고 싶은 윤슬이 된다면

더 바랄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김계식 시인의 문단 활동
∙2002년 전주 교육장 정년 퇴임 후 등단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완주문인협회
∙한국미래문화연구원, 전북PEN클럽
∙한국창조문학가협회, 두리문학, 표현문학회 회원
∙현 교원문학 회장
∙2009년 한국창조문학대상, 한국예술총연합회장상
∙2012년 전북펜작촌문학상, 2014년 전북문학상 수상
∙2020년 전북시인상, 한반도문학대상 수상
∙시집: 『사랑이 강물되어』 등 총 25권 출간
∙신앙시선집: 『천성을 행해 가는 길』
∙단시집: 『꿈의 씨눈』, 『나이테에 그린 꽃무늬』 등 2권
∙시선집: 『자화상』, 『청경우독』, 『서른, 그 푸르른 별밭』 등 3권, 성경전서 필사본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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