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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세상] 조기호 '고사동에서 2', '고사동 ..
문학여행

[시가 있는 세상] 조기호 '고사동에서 2', '고사동 이야기 4' 2편

신영규 기자 shin09ykkk@hanmail.net 입력 2023/02/12 11:37 수정 2023.02.12 11:46
- 노상 카페/- 전주 막걸릿집

[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조기호 시인

고사동에서 2
- 노상 카페

양촌리 커피로 숭늉 대신 입가심을헌 세 늙은이는 전주밥상 모퉁이 돌아 스스로 노상 카페라 부르는 MG 새마을금고 앞 길거리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요즘 무얼 잘못하고 죄를 지었는지 하늘 거울에 비춰봅니다,
이 부근엔 김익두 시인이 사는 작은 모래내 다리 근방처럼 보살네 솟대가 없거들랑요, 그런 게 뭣이냐, 환인 천황 하날님께서 오피스텔 안테나를 타고 가끔은 내려오시지만서두,
하날님은 만기친람 허시기도 바쁘시고 이제 춘추도 춘추이신지라 기력이옛 같지 않으시거든요, 아∼언제 적 하날님이신가요? 그런 하날님께 그리 소소헌 것꺼정 여쭤보기가 민망혀서요, 그리서 우리끼리 기양 하늘에 비춰보는 건디요,
만일에 사람이 하루에 한 번씩만 하늘을 쳐다본다면 세상의 흉악 범죄가 절반은 사라질 거거든요.


아침 일찌감치 내려오신 하날님
점심과 반주를 같이 드시고

노상 카페의 벤치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허어! 이 어르신 왜 이러신댜?
저러다 <미투> 맞으시겄네.

제 모습을 사랑하다 물에 빠져 죽은 나르시스와 자신이 만든 조각품에 생명을 불어넣어 이차적 나르시시즘에 도취 된 인간처럼.

하기야, 날씬한 각선미와 늘씬한 몸매의 신이 만든 예술품을 감상허는 것도 죄가 된다네요, 요 세상은, 하날님.


고사동 이야기 4
- 전주 막걸릿집

“야∼마땅한 술집 없냐?” 하시기에 속으로 뜬금없이 웬 술집? “여긴 술집 없는디요.”
“짜아식, 술집도 없는 후진데 사는구먼.” 핀잔이시다, “오늘 하날님이 술 사시게요?”
“허, 이 녀석 보게!, 이놈이 하날님 불알 떼어먹을 놈일세, 이 야박한 놈아 여긴 내가 손님이니 네가 사고, 네놈 하늘 오면 내가 사면 되는 거지. 이 답답한 화상아,”
“그럼 하늘 갈 일 없는 내가 손해잖아요.”
“뭣이라? 하늘 올 일 없어? 네가 무슨 삼천갑자 동방삭쯤 되는 줄 아냐? 너, 이놈 곧 올라와, 얼마 안 남았어.” 아주 악담을 허시누만. 악담을 허셔. “허긴 그러네”
“아, 전주에 유명한 막걸릿집 많다며, 안주 푸짐허구 소리 가락도 곁들이고, 잔말 말고 어여 자동차 내거라.”
“여긴 음주 운전허면 잡혀가요, 옆에 동승헌 하날님도 잡혀갑니다요.”
“기양 한옥 콜택시로 모실게요.”

장사 잘하던 꽈배기 집
전세를 턱없이 올려 나갔다.

잘 나가던 신포 만두는 중국산 만두로 문 닫고

죽은 길이 되자, 밥집,
대폿집, 옷가게 모두 떠나고.

흉물 같은 극장과 빈 오피스텔만 웅크렸다.

가게들은 한 달이 멀게 주인이 바뀌어도

우리의 환인 하나님은
그런 건 도대체 관심이 없으시다.


조기호 시인은
∙전주 출생
∙시집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니』, 『가을 중모리』, 『새야 새야 개땅새야』, 『노을꽃 보다 더 고운 당신』, 『별 하나 떨어져 새가 되고』, 『하연달 지듯이 살며시 간 사람』, 『묵화 치는 새』, 『겨울 수심가』, 『백제의 미소』, 『건지산네 유월』,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꿈꾸었네』, 『아리운 이야기』, 『신화』, 『헛소리』,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전주성』, 『민들레 가시네야』, 『하지 무렵』, 『참 지랄 같은 날』, 외 21권 출간
∙장편소설
『색』 1·2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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