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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이한욱 '영도다리 추억'..
문학여행

[수필산책] 이한욱 '영도다리 추억'

신영규 기자 shin09ykkk@hanmail.net 입력 2024/08/31 17:58 수정 2024.08.31 18:07

[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이한욱 수필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맞이했다.
  담장 너머로 빨간 장미가 고개를 내밀고 활짝 웃는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부산으로 여행하자는 큰아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평소 분에 넘치도록 예우를 받으며 살아온 터라 염치를 잊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팔순도 중반을 지난 우리 부부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밀려 승낙하였다. 

  약속한 토요일 아침이다. 우리 부부는 나란히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산하는 초록의 일색이다. 5월의 햇살을 뚫고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니 구름 위로 걷는 사람처럼 두둥실 마음이 뜨는 것 같다.

  쉼 없이 한참을 지나 섬진강휴게소에 이르러 식당에 들어가니 재첩국이 한눈에 들어온다. 점심시간이 좀 빠르지만, 건강에 좋다 하여 점심으로 택하였다.

  충분한 휴식을 마치고 목적지를 향해 얼마를 달리다 진영휴게소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진영휴게소는 롯데 쇼핑몰과 토요직거래장터가 함께 열리고 있어 양쪽을 넘나들며 아이쇼핑을 하였다.

  오후 2시경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용두산 공원에 도착하였다. 전망대에 올라 시내를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뚫리며 한눈에 다 보이는 것 같다. 용두산 공원은 60여 년 전 항만사령부 군 복무 시절 자주 찾아와 애환을 달래보던 공원이라 추억이 새로워진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국제시장을 둘러보고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자갈치 시장 골목에 들어서니 싱싱한 생선들이 군침을 돋구며 발길을 가로막는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식당에 들러 싱싱한 생선회와 푸짐한 생선구이로 다 함께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한 후 숙소로 향했다.

   아들이 예약한 숙소는 영도대교와 영도다리 사이에 있었다. 자갈치 시장과 용두산 공원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27층의 전망이 좋은 호텔이다. 여장을 풀고 창밖을 바라보니 황혼에 반사되는 윤슬이 유난히 눈부시다. 영도다리에는 작은 어선들이 간간이 지나다니고 있어 한 편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일몰이 되면서 영도다리 주변 주차장이 순식간에 포차 골목으로 변하더니 젊은 남녀들이 모여들어 불야성을 이룬다. 군대 시절 토요일이면 외출 나와 자갈치 시장 꼼장어 골목에서 꼼장어를 먹으며 애환을 달래던 잊혀졌던 추억이 소환되어 나를 유혹한다.

  아들과 둘이서만 숙소를 빠져나와 꼼장어 한 접시 시켜놓고 소주잔을 기울였다. 고생스러웠던 군대 생활도 추억으로 스멀스멀 기어나와 술맛을 돋궈준다.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왔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린다는 영도다리 난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산책을 마치고 대구탕으로 소문난 식당을 찾아 아침 식사를 마쳤다.

  여장을 정리하고 다시 한번 둘러본 후 숙소를 빠져나왔다.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남양대교를 지나 암남공원으로 이동하여 가벼운 산책을 마쳤다. 부산에는 관광명소가 많아 곳곳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부산대교를 거쳐 노아의 방주라는 대규모 커피숍에 들렀다. 아내와 손잡고 아이쇼핑을 한 다음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마셔본다. 회혼도 지나온 우리 부부가 가족과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크나큰 축복이요 선물이다. 참으로 행복이라는 것을 새삼 느껴보며 황금 같은 시간을 할애해서 낭만과 기쁨을 선물해준 아들의 반포지효(反哺之孝)에 뜨거운 가족 사랑을 느끼며 귀갓길을 서둘렀다.

 

이한욱 수필가는 월간 ‘『문학공간』 (3월호 통권 376호)’ 수필 부문을 통해 등단했다. 등단작은 ‘봄을 기다리는 숲의 소리’와 ‘칠푼이의 아내 사랑’ 두 편.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정읍지부, 정읍수필문학회 회원,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도민일보와 정읍시사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저서로는 『정읍사 논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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